2013년 3월 12일자 방송된 EBS집중기획 '검색보다 사색입니다.' 코너 프로그램을 시청하고 난 후 오늘날 인터넷 글쓰기의 대표 격인 블로거로서 여러 가지 생각할 것과 공감되는 부분이 많았다. 블로그가 출현하기 전에는 우리는 늘상 펜과 노트를 통해 글쓰기를 해 왔고 디지털이 아닌 아날로그 감성이 충만해 있었다. 그러나 인터넷 시대에 살고 있는 우리의 글쓰기는 과연 어떤 모습으로 변하고 있는 것일까? 되묻게 된다.
글쓰기는 자신의 생각과 가치관을 표현하는 하나의 방법이다. 펜과 노트를 통한 아날로그 방식과 모니터 키보드를 통한 디지털 방식의 인터넷 시대의 글쓰기는 내용적인 전달은 차등이 없겠지만 그 느낌의 차이는 현격할 수밖에 없는 것 아닐까 싶다. 지금 우리가 잊고 살아가는 것은 무엇일까?
프로그램의 시작은 '육(肉) 필(筆)'로 시작된다. 육필(肉筆)은 어미 그대로 온 몸으로 쓰는 글이다.
대표적인 육필작가로 손꼽히는 소설가 박범신 님의 글로 화제를 모았던 인터넷 소설 '촐라체'도 그가 쓴 육필원고를 옮겨 적은 것이라고 한다.
소설가 박범신 님은 육필에 대해 다음과 같이 말했다.
원고지를 마주해서 연필로 쓰면 마치 손을 잡고 눈을 마주치면서 이야기하는 생생한 느낌이 있어요. 문학적 문자이라고 하는 것은 사실만 전달하는 문장이 아니고 정서를 예민하게 전달해 줘야 하는 것이에요. 그러니까 손으로 쓰는 것이 더 정답고 효과를 더 거둘 수 있다고 생각했다.
라고 한다.
온전히 '나'를 표현하는 육필의 매력.
소설가 박범신 님의 육필예찬론을 잠깐 들어 보도록 하자.
가끔 한 번쯤은 육필도 양식이 필요하거든요. 종이도 갖다 놔야하고 연필도 갖다 놔야 하고 편지를 보내려면 우체국에 가서 우표도 붙여서 보내야 해요. 거기에는 더 많은 정성이 들어 있잖아요. 모든 과정을 겪는 조금 힘들고 지루한 그 육필의 과정. 또 우리들의 삶을 더 깊게하고 생각하게 할 수 있거든요.
이와 더불어 소설가 최인호 님은
한 자 한 자 소설 쓰는 정성은 펜이어야 가능하다. 또 '나를 떠나가는 문장'에 대한 느낌은 자판과 펜이 현격히 다르다.
라고 육필의 매력을 예찬한다.
또한, 소설가 김 훈 님은
연필로 쓰면 내 몸이 글을 밀고 나가는 느낌이 든다. 이 느낌은 나에게 소중하다. 나는 이 느낌이 없으면 한 줄도 쓰지 못한다.
라고 육필의 매력에 예찬을 아끼지 않았다.
디지털 기술의 발전과 모바일 환경 발달 그리고 스마트 기기의 보급이 보편화되면서 조금 더 편하고 손쉬워진 우리의 글쓰기는 아래처럼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 '트위터(twitter)에 올려진 단문 글을 통해서도 오늘날의 글쓰기가 얼마나 디지털에 의존되고 있는지 어렵지 않게 엿볼 수 있다.
-트위터 글-
"사실 솔직히 말해서 영화나 재밌는 티비프로를 페이스북에 글을 남기거나 실제 대화에서 오고 가는 것은 아무렇지도 않은데 책 읽고 난 후 독후감이나 작가 생각 이런저런 평을 못하겠는게 사실이라 슬푸다. 왜 책은 오글거리는 거임."
위의 트윗 글에서도 알 수 있듯이 우리는 어느 새 오탈자 맞춤법에 연연하지 않고 의사소통 우선의 쓰고 지우기가 용이한 디지털 글쓰기 의존도가 크게 높아져 있음을 알 수 있다. 이는 모바일 환경과 디지털 기기의 보급이 보편화되고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의 등장이 어느 정도는 일조했다고 생각된다.
육필의 경험은 젊은이들에게 꼭 한번 권해 주고 싶어요. 물론 컴퓨터가 문명의 이기이고 훨씬 기능적이라 할 수 있죠. 그렇지만 인생이나 살아가는 것도 그렇고 우리도 생각을 안 하고 살아가는 건 아니지만 이런 디지털 문화만 쫒아가다 보면 생각이 깊지 못할 가능성이 있어요. 이런바 어떤 사물의 이면에 있는 진실까지 도달할 수 있는 깊이를 확보하기가 어렵잖아요. 그래서 생각을 깊이 하는데 문자 문화를 경험하는 게 좋아요.
라고 소설가 박범신 님은 말을 끝맺는다.
우리는 손쉽게 쓰고 지울 수 있는 디지털 환경 즉, 인터넷 글쓰기를 통해 혹시 '치'는데 익숙해 있지는 않은 걸까? 젊은 날 가수 전영록의 '사랑은 연필로 쓰세요' 노랫말처럼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괘선지에 침 발라가며 꾹꾹 눌러 쓴 감성이나 달필과 졸필에 연연하지 않고 백지노트에 일상의 단상들을 정리하며 삶의 기억들을 습작으로 남겨 둔 아날로그 감성을 깡그리 잊고 살고 있는 건 아닐지...,
책꽂이 한 켠에 꽂혀 있는 몰스킨 노트와 몽블랑 만년필에 시선이 꽂히고 어느 새 손길을 뻗치게 되는 것도 아마 잊고 살았던 육필의 감성을 다시금 체감하고 싶은 작은 소망이 컸던 탓인가 보다.
댓글 영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