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코체임버는 뉴욕에서 활동중인 사진작가 박노아의 포토에세이다. 나는 박노아 님을 직접 만나지는 못했지만 사진이라는 공감대 하나만으로도 이미 한걸음 다가선 탓에 에코체임버 발간 소식을 듣고는 한번쯤 보고싶은 책으로 마음에 담아두고 있었다.
에코체임버-당신이 있는 방. 이 한 권의 포토에세이를 손에 받아 들었을 때, 단숨이 첫 페이지 부터 끝장까지 내달렸고 기대이상의 좋은 느낌을 받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책을 서재에 꽂지 못한 채 늘 곁에 두어 틈틈히 정독해서 읽거나 회색빛 이미지에서 풍겨나오는 미묘한 뉘앙스를 즐기는 것은 때묻지 않는 그의 순수한 영혼이 투영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하물며 몇 줄의 감평을 남기는 것으로 포토에세이 에코체임버를 접고 멀리하기에는 저자인 박노아가 전해주고 싶었던 감성의 울림을 거부하고 순수함을 기만하는 예의없는 행위라는 원죄적 본능이 마음을 무겁게 누르고 있었던 까닭이다.
박노아 포토에세이 '에코체임버'
박노아는 에코체임버를 통해서 계획을 세우려 들지말고 바람부는대로 마음 내키는 대로 주저없이 미지의 세계로 향하는 모험같은 여행을 떠나라고 등을 떠밀고 있다. 외형적인 3년간의 여정을 횡의 여정으로, 그 여정의 과정에서 몸소 체험을 통해 얻은 깨달음의 여행을 종의 여정으로 표현하는 그의 메세지에서 나는 삶의 이원적 가치관을 깨달을 수 있었다. 이것은 상상의 공간 또는 세계가 아닌 그 속에 공존하며 순수의 영혼으로 받아들인 초미립자와 같은 감성을 그대로 녹여 놓았다는 이유에서다.
에코체임버에서 박노아는 원색의 화려함을 벗어 던진 그레이 톤 무채색 포토이미지만으로도 화려한 달필의 언어적 기교를 부리지 않아도 충분히 감성적 메세지를 전해주고 있다. 함께 담아놓은 길지 않은 글들을 통해서 가식이나 위선을 보기 보다는 본질적 순수함 그대로를 드러내놓고 싶은 그의 내면세계를 엿볼 수 있어 더 행복했던 까닭이다.
박노아 포토에세이 '에코체임버' 한 부분
3장의 서두에서 전하는 "우리는 대화를 통해 그를 아는 것이 아니라 나를 보게 된다"라는 메시지는 그동안 나를 보지 못하고 현실의 굴레속에 가두어진 나 자신을 일깨우며 가장 가슴에 와닿은 부분이기도 하다. 이 메세지의 의미는 대화를 통해 상대를 상대 그 자체로 보는 것이 아니라 미러효과처럼 상대에 반사되어 투영되는 현실 속에 갇혀 있는 자신의 몸부림을 자각하라는 깨달음을 일깨웠기 때문이다.
무채색의 흑백이미지와 감성이 녹아있는 박노아의 에코체임버에서 전해주는 메세지는 척박한 삶의 굴레에 갇힌 채 오늘을 사는 우리들의 메마른 감성에 단비를 뿌려 생명력을 부여하고 있다고 해도 부족함이 없다. 그는 우리가 미처 경험하지 못한 미지의 세계에 대한 이야기를 순수함과 삶의 본질적 가치관을 꿰뚫어 보게하는 등불을 이 한 권의 책을 통해 밝혀주고 있기 때문이다.
아직도 나는 에코체임버를 서재에 꽃지 못하고 곁에 두고 있다. 그것은 먼 훗날 박노아 그를 만났을 때, 최소한 그가 전하고자 했던 메시지를 제대로 이해한 다음 그와 더불어 따뜻한 차 한 잔 나누며 밤을 지새고 싶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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