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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디자이너의 열병과 고뇌

Design News/Design Column

by 김현욱 a.k.a. 마루 2007. 1. 30. 17: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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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것도 없다? 빈 공간 뭉퉁하게 깎여 백지위를 뒹구는 연필 한 자루 뿐! 무엇을 그려야 하는것인가? 어디서 부터 그 첫 획을 시작해야 하나...

몇 일째 열병으로 머릿속은 아수라장이다. 이유없이 밀려오는 고독과의 전쟁이 두렵기만 하다. 이 길이 진정 나의 길일까? 또 다시 일어나는 심리적 갈등으로 인한 깊은 슬럼프에 빠진다. 스스로를 학대하고 있는것이 아닐까? 안되는것을 되도록 만드는 일이 설령 무협소설에나 나올 법한 천기누설과 같은 걸까?

제한된 시간속에 창조해야 한다는 것이 싫어지기 시작한다. 좀 더 여유로운 시간속에 가치를 부여할 수 있는 디자인을 만들어 낼 수는 없는 것일까? 굳이 최고가 아니더라도 그 존재만으로도 충분한 존재가치를 소유할 수 있는 것들을...

창 밖 도로가의 가로수는 이제 앙상한 가지만을 남긴 채 북풍한설에 떨고 있다. "나도 떨고 있니?" 두려워하고 있는게 무엇인지도 모른 채....

한 가지! 오직 한 가지만 목표를 세우고 달려간다면 뭔가를 이루어 낼 수 있다는 자신이 있지만 내게 부여된 환경이 그것을 용납하지 않는다. 나 자신만을 위해 그 길을 선택하게 된다면
그로 인해 나의 주변 사람들이 감내해야 할 고통이 너무나 크다. 그들에게 조금이나마 감내해야 할 고통의 부담을 줄이고, 나의 길을 묵묵히 걸어 갈 수 있도록 힘을 실어줄 사람이 왜 내게는 없는 것일까? 아직 그것들을 담을 수 있는 그릇이 되지 못한 까닭일까?

40년 가까이 반복되어 온 깊은 열병과 고통스런 선택의 갈등을 감내하는 일이 이제는 두려움으로 일축해 버리기에는 너무나 커져버린 암세포 덩어리가 되어버렸다. 나 자신만을 생각한다면 여기서 멈춰버리고 힘주어 잡고 있던 줄을 놓아버리면 끝이겠지만 또 다른 나의 손 끝에 매달린 이들을 생각하면 차마 그 생명의 끈을 놓을 수가 없다. 힘겨운 투쟁이지만, 또 한번의 희망을 꿈꾸며, 다시금 손 끝에 힘주어 희망의 끈을 다잡아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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