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의 늦은 퇴근 기다리며 한 두 잔 마신 것이 바닥을 드러내
나는 지금껏 아내가 데낄라를 이렇게 좋아하는 줄 몰랐다. 지난 연말 올블로그 어워드 2007 페스티벌 행사 때 선물로 받은 호세쿠엘보 데낄라 한 병을 가져와 칵테일 한두 잔 만들어 함께 마신 후 아껴가며 마시는 중이였는데 어느 새 호세쿠엘보 데낄라 큰 병이 바닥을 드러내고 말았다는 것이다.
데낄라 호세쿠엘보 마지막 한 잔.
우리 집안은 돌아가신 선친께서도 전혀 약주를 못하시는 분이였고 나도 일상생활에서 술을 그렇게 가까이 하는 편은 아니다. 가끔씩 모임에 가면 즐거운 분위기상 몇 잔 함께하며 소주 반병이 최대의 주량이다. 아마도 소주처럼 희석식 주류는 목에 걸림이 있어 그렇기도 하지만 양주나 칵테일 쪽은 목에 걸림이 없고 부드럽게 넘어가는 탓에 조금 더 마시고 선호하는지도 모른다. 그래도 서민은 고급양주를 속 편하게 부담 없이 마실 술은 아니기에 우연찮게 생긴 양주는 아껴가며 마시는 게 보통 사람들의 일면이기도 하다.
하지만 처가의 경우는 상황이 다르다. 장인어른을 위시하여 처가 식구들에게 술은 음료수 수준이라는 사실이다. 그 때문에 결혼식 후 하례를 갔다가 순배되는 술에 감당 못해 새신랑이 넉 다운 되는 초유의 사태를 맞이했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기 때문이다. 그런 탓에 지금도 처가에 가면 장모님께서 술을 권하는 것을 꺼려하시는 편이다.
아내가 데낄라를 훔친 건지 아니면 데낄라가 사랑스런 아내를 마음을 사로잡은 건지 알 수 없지만 지금 내 앞에 놓인 것은 호세쿠엘보 데낄라 마지막 한 방울까지 짜서 내 놓은 한 잔 뿐이라는 것이다. 왠지 모르게 아쉬움이 느껴지며 옆구리가 허전한 느낌도 들었다.
데낄라 호세쿠엘보의 추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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