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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세쿠엘보 데낄라. 사랑하는 아내를 훔치다.

Life Essay/Life Story

by 마루[maru] 2008. 2. 25. 0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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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의 늦은 퇴근 기다리며 한 두 잔 마신 것이 바닥을 드러내

나는 지금껏 아내가 데낄라를 이렇게 좋아하는 줄 몰랐다. 지난 연말 올블로그 어워드 2007 페스티벌 행사 때 선물로 받은 호세쿠엘보 데낄라 한 병을 가져와 칵테일 한두 잔 만들어 함께 마신 후 아껴가며 마시는 중이였는데 어느 새 호세쿠엘보 데낄라 큰 병이 바닥을 드러내고 말았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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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낄라 호세쿠엘보 마지막 한 잔.

한동안 바쁜 일들로 시간을 보냈고, 며칠 전 서울 출장을 다녀 온 다음 데낄라 한 잔이 생각났고 아내에게 한 잔 달라고 했더니 마지막 잔이라며 바닥을 드러낸 호세쿠엘보 데낄라  병을 보여주며 야릇한 미소를 날렸다. 그 동안 늦게 들어오는 남편을 기다리며 간간히 콜라를 함께 섞어 만든 데낄라 칵테일로 즐겼던 탓에 어느새 바닥을 보인 것이다. 아마도 집안 내력인 걸까?

우리 집안은 돌아가신 선친께서도 전혀 약주를 못하시는 분이였고 나도 일상생활에서 술을 그렇게 가까이 하는 편은 아니다. 가끔씩 모임에 가면 즐거운 분위기상 몇 잔 함께하며 소주 반병이 최대의 주량이다. 아마도 소주처럼 희석식 주류는 목에 걸림이 있어 그렇기도 하지만 양주나 칵테일 쪽은 목에 걸림이 없고 부드럽게 넘어가는 탓에 조금 더 마시고 선호하는지도 모른다. 그래도 서민은 고급양주를 속 편하게 부담 없이 마실 술은 아니기에 우연찮게 생긴 양주는 아껴가며 마시는 게 보통 사람들의 일면이기도 하다.

하지만 처가의 경우는 상황이 다르다. 장인어른을 위시하여 처가 식구들에게 술은 음료수 수준이라는 사실이다. 그 때문에 결혼식 후 하례를 갔다가 순배되는 술에 감당 못해 새신랑이 넉 다운 되는 초유의 사태를 맞이했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기 때문이다. 그런 탓에 지금도 처가에 가면 장모님께서 술을 권하는 것을 꺼려하시는 편이다.

아내가 데낄라를 훔친 건지 아니면 데낄라가 사랑스런 아내를 마음을 사로잡은 건지 알 수 없지만 지금 내 앞에 놓인 것은 호세쿠엘보 데낄라 마지막 한 방울까지 짜서 내 놓은 한 잔 뿐이라는 것이다. 왠지 모르게 아쉬움이 느껴지며 옆구리가 허전한 느낌도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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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낄라 호세쿠엘보의 추억

그냥 마셔버리기는 아까운 마지막 호세쿠엘보 데낄라 한 잔! 기념으로 한 컷 사진으로 담아두고 탁상 위에 놓인 데낄라를 물끄러미 바라보고 있자니 그동안 지루한 작업에 때로는 싸늘한 새벽한기를 떨쳐주며 함께 했던 시간들이 주마등처럼 스쳐가며 그리움으로 자리한다.

마지막 잔을 내려다 보니 장인의 손에서 혼합, 증류, 발효, 숙성 등 8번의 적지않은 탄생의 과정을 거쳐 빚어 진 황금빛 홀릭으로 번다한 나의 마음을 끌어안는 느낌이 들기도 한다.  아직도 채 맛 보지못한 데낄라의 참 맛을 느끼기도 전에 바닥을 드러 낸 채 아내의 여심을 훔친 데낄라가 다소 얄밉기도 하지만 잠시나마 사랑하는 아내의 마음을 위로해 준 것이 고맙기도 하다.
 
언제쯤 또 다시 후세쿠엘보 데낄라를 곁에 두고 그 깊고 은은한 매혹적인 맛을 함께 느낄 수 있을지 기약하기도 어렵지만  그동안 함께 했던 시간만큼은 작은 행복이였던 까닭이며 이렇게 데낄라 호세쿠엘보와의 마지막 추억을 남기게 되는가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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