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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뿔걸린 크리스마스 그리고 디자이너의 짧은 독백

Design News/Design Column

by 김현욱 a.k.a. 마루 2007. 12. 26. 07: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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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종일 고뿔과 전쟁을 치르고 이제야 정신을 조금 차릴 수 있었다. 크리스마스를 맞은 아이들은 내내 온갖 애교와 깜찍한 협박으로 아빠를 흔들었지만, 외면할 수밖에 없는 상황 이였다.

며칠 전부터 목이 건조하고 잔기침이 나오더니 크리스마스 이브였던 어제부터 제대로 사람을 괴롭히다 오늘 하루를 넉 다운 시키고 만다. 연신 콧물이 괴롭히고 간질거리는 목기침이 맥을 못 추게 만들어 버린다.

연말 직전까지 마무리해야 할 디자인작업도 많은데다, 당장 내일 고객을 만나 BI 디자인 시안을 확증시켜야하는 일이 있음에도 오늘 하루 아무런 결과를 만들어 놓지 못했다. 다행이 휴일이라 시간을 조금 벌었지만 아침까지는 미팅을 할 수 있는 기본 자료들은 준비를 해야 하는 상황이다.

오후 무렵, 걱정이 많이 되었는지 아내가 저녁 찬거리 준비하려 나갔다가 감기약을 사왔는데 먹고 나니 온 몸에 식은땀이 나고 어질어질 멍한 기분이다. 감기약이 무지 독하긴 독한 모양이다. 발 등에 불이 떨어진 상황이라 오래전에 담아놓은 유자차 한 잔에 목을 다스리고 노트북을 펼쳤지만 막상 무엇부터 시작을 해야 할지 모르겠다.

그래도 정신을 차리고 차근차근 하나씩 풀어가야 하는 상황이라 정신을 가다듬어 본다. 오늘 할 일을 미루면 내일의 일도 미루어져 짧게는 한해를 제대로 마무리하지 못하게 되고, 길게는 새해의 시작부터 갈팡질팡 헤매게 될 상황이기 때문이다.

10여년을 정신없이 달려 온 프리랜서 디자이너로써 생활을 되돌아보면 무척이나 힘들었던 여정 이였다는 것이 솔직한 심정이다. 디자인만 하면 끝나는 것도 아니고, 계약부터 관리까지 그리고 시장조사에서 현장 감리까지 감당해야 하는 일들은 하루 24시간으로는 너무나도 짧았고, 부족했기 때문이다. 급변하는 트렌드에 뒤처지지 않도록 자기계발의 시간에도 많은 시간을 투자해야만 생존할 수 있는 것이 프리랜서 세계의 불문율과도 같기 때문이다.

이제 유혹에 흔들리지 않고 자신을 지킬 수 있는 나이인 불혹을 넘어 새롭게 1막 2장의 인생을 열 시간이 소리 없이 다가오고 있다. 지금까지 기분에 따라 또는 순간순간 유혹하는 일련의 주제들에 냉정한 판단과 현명한 선택이 흐려졌다면 이제는 더 이상 그러한 오류 속에 소중한 시간을 의미 없이 허비하는 일은 없어야 할 시기가 도래한 까닭이다.

멀리 내다보고 아름다운 인생을 마감할 수 있도록 초심으로 돌아가 자신에게 가장 중요한 한 가지 일에 전념할 수 있는 자기관리의 노력이 절실히 요구됨을 새삼 깨닫게 되는 것 같다. 인생을 살면서 늘 상 느끼고 깨닫는 진리지만 자신을 성찰하고 부족하고 어긋남을 채우고 바로잡는 것만큼 중요한 일은 없다고 생각한다. 이것은 자칫 스스로를 독선이나 위선으로 빠질 수 있는 것을 미연에 방지할 수 있는 특효처방전이 되기 때문이다.

성탄절인 크리스마스. 온 누리에 축복이 함께하는 오늘 비록 일일이 찾아다니며 정성껏 인사를 나누지는 못했지만 늘 변함없는 관심과 사랑으로 기억해주는 모든 이들에게 진심으로 감사하고 그들의 앞길에 안녕과 행운이 충만하기를 바라는 마음을 가져본다.

아울러 많은 기대에 부풀었던 세 아이들에게 즐거운 크리스마스를 만들어주지 못한 것이 무척 마음에 걸리지만 며칠 전 가족 외식 겸 영화데이트를 가졌던 까닭에 그나마 마음의 위안을 삼으며 하루를 조용히 마무리 지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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