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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을 잃은 블로그, 생명을 불어 넣으며...

Digital News/Blog Story

by 김현욱 a.k.a. 마루 2007. 11. 28. 08: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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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은 아무래도 블로그와 담을 쌓고 지낸 한 달로 기억되지 않을까 싶다.
마치 밀린 숙제를 몰아치기 하는 아이처럼 산재된 업무 속에 정신없이 부산 근교를 질주하며 숨 가쁘게 시간을 보내며 블로그는 제대로 살펴 볼 여력도 없이 분주한 나날을 보냈던 것 같다.

11월 초 태터앤미디어 2차 간담회를 다녀온 직후 제 4회 부산 블로거 포럼을 준비한다고 이래저래 시간을 보냈고, 시사저널에 인터뷰 기사를 송고하고 곧이어 S.I(Shop Identity) 프로젝트 및 광고 컨설팅 때문에 정신없이 시간을 보낸 터라 블로그에 포스팅을 하고 싶은 열정이 누적된 육체적 피로를 감당하기는 벅찬 상황이 되고 말았다.

물론 열정이 아직 식지 않았지만 흐르는 세월 속에 자신도 모르게 나이가 들어 쉽게 지쳐버리는 체력이 되어버린 것을 잊고 살았나 보다. 예전 같으면 거뜬히 며칠 밤을 지새워도 힘든 것을 몰랐지만 지금은 그것이 마음처럼 쉽지 않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이른 새벽 뜬금없이 눈이 뜨이고 아내가 끓여준 진한 향기의 커피 한 잔에 정신을 가다듬고 오랫동안 함께하며 손에 익은 노트북을 펼쳐보지만 어느새 머릿속은 텅 빈 공허함에 휩싸이고 만다. 블로그 운영에도 하나의 패턴이 있는 것일까? 한동안 포스팅을 하지 못했더니 막상 블로그에 글을 쓰는 일이 마음처럼 쉽지가 않다. 무엇인가에 목적을 두고 글을 쓰려는 것도 아닌데 하얀 백지위에 글자로 수를 놓는다는 것이 막막하기만 하다.

서너 달에 한 번씩 애써 나는 자신이 왜 블로그를 운영하는지 되새기며 초심을 잃지 않기 위해 성찰하는 시간을 가지곤 하지만 늘 부족함이 심한 목마름을 느끼며 스스로 공부하고 노력하라는 뜻으로 흐트러진 마음을 다잡기 위해 자책하기도 한다.

남에게 보이기 위한 글을 쓸려고 한다면 자신도 모르게 글에 일종의 가식과 위선이 묻어나게 된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 그것은 글을 쓰는 자신만이 알고 있는 사실(fact)라고 단정 지을 수 있겠지만 그것은 착각의 시작일 뿐이다. 자신의 글을 읽어주는 독자들은 어디까지가 진실이고 어디까지가 허구이자 위선과 가식이 묻어있는지를 쉽게 알아차리기 때문이다.

하루에 하나의 글을, 아니면 많은 글을 적어야 한다는 압박감이나 어떤 특정한 목표를 두고 글을 적는 일은 바람직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이는 목전의 어설픈 유혹에 이끌려 사실이 배제된 글을 채워나가다 보면 어느 새 자신의 블로그는 생명이 없는 쓰레기 블로그가 되어버리기 때문이다. 블로그에 쓰는 글은 길거나 많은 양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사람냄새가 풍기는 따뜻함이 느껴지는 훈훈한 자신의 솔직담백한 이야기들이 담겨져야 하고 더불어 서로 다른 지성과 감성을 지닌 블로거나 독자들과 함께 공감할 수 있는 공간으로 블로그를 꾸며나가는 것이 가장 기본적이고 바람직한 블로그 운영의 모습이라고 믿고 있는 까닭이다.

한 동안 손길을 보내지 못해서 잉크가 말라버린 빛바랜 펜촉에 다시금 진한 잉크를 묻히며, 아름다운 세상을 꿈꾸며 가장 소박하고, 맑고 투명한 영혼의 이야기를 담을 수 있는 공간이자, 이웃 블로거와 독자들이 함께해서 행복하고 편안한 사랑방과 같은 블로그를 꿈꾸며 빛을 잃은 블로그에 생명을 불어넣는 첫 획을 그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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