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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섯 살 악동, 타자연습 도전기, 세살 버릇 여든까지?

Life Essay/Life Story

by 김현욱 a.k.a. 마루 2007. 10. 27. 16: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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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 파란 찾는 거(?), 초록 찾는 거(?)
올해로 만 다섯 살이 이 된 막내가 요즘 들어 부쩍 인터넷과 사이좋게 지내길 시작했다. 작년부터 자신이 좋아하는 레고와 장난감 이야기를 주제로 만들어 준 자기 블로그(관우장군's 레고이야기)가 있어서 그런지 인터넷을 이용하는 시간이 많이 는 편이다.

TV를 보면서 재밌었던 애니메이션 동영상을 인터넷으로 검색해서 몇 번이고 되풀이 해 보는 것이 일상이고 그 중에 멋진 장면이 담긴 동영상은 자신의 블로그에 담아 달라고 옆에 와서 온갖 애교를 떨며 조르는 일도 많아졌다. 그런 까닭에 이제는 검색포털에서 원하는 정보를 찾는 실력도 초보 수준 이상이다. 원하는 동영상 찾아내고 그 자료들이 어디에 있는지를 기억하고 있으니 말이다.

근데 재밌는 것은  아이가 검색사이트를 구분 짓는 방법이 폭소를 자아내게 만들었다. 다음(daum)은 파란색 찾는 거(?), 네이버는 초록색 찾는 거(?). 처음에는 무슨 말인지 몰라 한참 생각하다가 모니터 앞에 가서야 왜 파란색, 초록색 찾는 것이 되었는지를 알게 되었다. 이유는 검색사이트 검색 창 메인 타이틀 바의 색깔을 보고 구분을 짓고 있었던 것 이였다.

이제 갓 한글을 깨우쳐 간단한 동화책 읽기를 하고 있는 터라 포털사이트의 이름을 구분해서 읽기에는 다소 무리가 있지 않았나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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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살 관우의 '한글 타자연습' 도전기

며칠 전 저녁에 인터넷을 한답시고 모니터 앞에 앉아 검색창에 '파 - 워 - 레 - 인 - 저'글자를 치는 것을 보니 손가락 하나로 톡! 톡! 키보드 자판을 오가며 치는 모습이 깜찍하고 대견스럽기도 했지만, 순간 “세 살 버릇 여든 까지 간다.”고 그대로 방치했다가는 만년 독수리 타법에서 벗어나질 못할 것 같다는 노파심에 “아빠랑 좀 더 재밌는 것 해보자”며 꼬드겨 한글 타자연습을 열어놓고 올바른 키보드 사용법을 익혀주기로 방향을 잡았다.

강요보다는 아이의 눈높이에 맞춰 게임처럼 즐겨라
한글 타자연습 창을 마주한 녀석의 표정은 무지 밝고 진지했다. "오호 재밌겠어요." 하며 흥미를 보이며 신난다는 분위기다. 그 동안 초등학교 5학년인 큰 누나가 한동안 타자 연습하는 모습을 본지라 자기도 누나처럼 같은걸 한다는 것이 어쩌면 조금 우쭐한 마음이 들었나 보다.1단계를 시작하면서 처음에는 손가락이 제멋대로 움직이며 그동안 혼자서 익혀 온 습관을 버리지 못하고 연신 검지가 자판위에서 춤을 추고 있었다. 하지만 키보드 자판을 보지 말고 화면 속에 손가락 모양을 보면서 빨간 점이 있는 손가락을 눌러보라고 가르쳤더니 금방 알아듣고 천천히 키보드를 보지 않고 한 타 한 타 잘해 나가고 있었다.

목표가 있으면 흥미와 열정이 두 배로 배가된다.
그대로 뭔가 타이틀이 있어야 더 재밌게 할 것 같아서 이 녀석이 최근 들어 무지 아끼고 좋아하는 ‘바쿠간’ 장난감 하나를 하나도 안 틀리고 100점 맞으면 사준다고 약속 했더니. 싱글벙글 미소를 지으며 신난 녀석은 연신 손에 맺히는 땀을 바지에 닦으며 열심히 한 타 한 타를 쳐 나가고 중간 오타가 나올 때 마다 아깝다는 탄성을 지르기도 한다.

사실 아직은 어린 탓에 쉽게 싫증을 내거나 하지 못할 줄 알았다. 하지만 꿋꿋하게 모니터에 집중하면 한 걸음씩 나아가고 있었고 키보드에 올려 진 꼬막 같은 작은 손 모양도 한 치의 흐트러짐 없이 애써 자세를 유지한 채 손가락을 맞춰가며 1단계 과정을 마쳐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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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우장군, 이제는 폼도 그럴싸 하네요.^^

1단계 첫 도전 성적은 오타 8개, 두 번째 도전은 오타 6개, 세 번째는 도전은 오타 수 2개  차츰차츰 나아지는 것을 보니 기특하기만 했다. 녀석도 같은 것을 반복하는 것이 조금은 흥미를 잃었는지 오타 없이 100% 성공을 이루지 못한 채 2단계를 해보고 싶다고 조르지만, 그러면 “아빠가 약속한 선물은 없다”는 말에 100% 성공을 향해 도전을 거듭하고 있었다.

조급해 하지말고 멀리 내다보며 곁에서 지켜보아야
비록 지금은 서툴고 몇 번이고 반복과정을 거쳐야 하지만 그것이 습관으로 몸에 자연스럽게 배여 든다면 당장 편 하고 쉽다는 생각에 잘못된 습관이 몸에 배여 훗날 제대로 고치기 어려워하는 것 보다는 백 배 나은 현명한 일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깊이와 양을 가늠할 수 없을 정도로 큰 그릇을 가슴에 담고 있는 아이들에게 부모와 어른으로써 무엇을 어떻게 담을 수 있도록 그 길을 열어주는 것은 아이가 한 인격체로 성장하는 과정에서 무척이나 중요한 것을 모르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억지와 강요보다는 자연스럽게 아이들의 눈높이에 맞춰 마치 게임을 즐기듯이 한 단계 단계를 변화시켜 나간다면 아이들은 부담을 가지고 억지로 해야 하는 일련의 과정이 아니라 하나의 놀이로써 자유롭게 즐기며 자신의 것으로 만들어 나가지 않을까 싶다. 아울러 이번 일을 통해서 아이들에게 첫 습관과 첫 시작의 환경이 얼마나 중요한 지를 새삼 깨닫게 되는 순간 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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