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말 아이들을 데리고 대형마트에 장을 보러 나갔다가 식품매장을 돌던 중에 추억 속의 ‘보름달 빵’을 만났다. 예전보다는 큰 듯 커다란 보름달 빵 3개가 하나로 포장이 되어 있었고 신기한 듯 몇 번을 만져보며 손에 들었다 놓기를 반복했었다. 아주 오랜 추억 속에 묻혀있던 달콤한 크림 맛의 향수가 새삼스레 꾸물꾸물 되살아나고 있었다고 해야 하나?
아이들의 성화 때문에 코너를 떠나 몇 발자국 옮기기도 전에 도저히 안 되겠다 싶어 되돌아가 ‘보름달 빵’을 손에 쥐고 카트에 담아 놓으며 멋쩍은 듯 아내에게 '보름달 빵 옛날 그 맛이 날까?'하고 말을 건네지만 아내는 피씩 입가에 미소를 짓는다.
순간 어린 시절 넉넉한 미소로 보름달 빵 몇 개 든 도시락 봉지를 손에 쥐어주시던 부모님의 모습이 되살아나며 나도 모르게 행복한 미소를 머금는다.
사람은 누구나 추억을 먹고사는 것 아닐까 싶다. 어린 시절 기억 한편에 두둥실 둥근 보름달처럼 살아있는 보름달 빵의 추억은 70년대 후반과 80년대 초반을 거친 세대라면 남다르지 않을까 싶다.
최소한 나의 어린 시절 기억으로는 가장 인기 있던 그리고 맛있었던 빵으로 기억이 된다. 허기진 하교 길 군것질에도, 소풍을 갈 때도, 그리고 시골에선 장례를 치를 때면 마땅한 장소가 없던 시절이라 문상객들에게 비밀봉지 안에 술 한 병과 몇 가지 먹을거리를 담은 도시락을 건네는데 여지없이 들어있는 보름달 빵과 요구르트는 한마디로 단골 메뉴 1순위였다.
보름달 빵은 보름달처럼 둥그런 빵과 빵 사이에 달콤한 크림이 한 마디로 예술이었다. 아마도 그 시절, 우리네 입맛에는 딱이었고, 달콤함의 극치가 아니었을까? 큼지막한 빵이 양쪽으로 감싸고 있어 배고팠던 시절 양적인 만족감도 채워주기에는 안성맞춤이었다.
그 시절 보름달 빵이 150~200원 정도 했을까 싶다. 하지만 아른한 기억만 맴돌 뿐이다.
궁금한 것은 못 참아 보름달 빵을 만든 삼립식품 홈페이지를 찾아보니 보름달 빵의 추억이 남아 있었다.
케이크 빵으로 1976년부터 1980년 초까지 생산되었고, 77년과 78년 하루에 1만 상자의 판매량을 기록하며 최고의 인기를 누렸다고 하니 그 시절 보름달 빵 인기가 대단했음을 짐작할 수 있다.
동그란 빵 모양에 달나라 토끼가 방아를 찧고 있는 포장 디자인이 인상적인 보름달 빵의 인기가 치솟자 당시 생산라인은 점심도 교대로 먹으며 24시간 풀가동해야 했다고 전하고 있다. 계란과 크림이 듬뿍 든 보름달 제품은 영양도 만점이어서 간식으로 최고의 인기를 누렸다고 한다. 보름달 빵은 현재도 생산, 판매되고 있어 그 시절 맛과 추억을 되살릴 수 있다.
그리고 변강쇠 역을 맡아 소이 한국 남성들의 힘의 상징이기도 했던 배우 이대근이 예순이 넘는 나이에도 젊음을 유지하는 비결의 간식 3종 세트(보름달 빵, 우유, 아이스크림)에도 보름달 빵은 들어있어 한때는 촬영장 남자 스태프들이 보름달 빵과 우유 먹기 열풍이 불었다는 에피소드도 있으니 보름달 빵의 인기가 아직도 건재함을 엿볼 수 있지 않을까?
그러나 보름달 빵도 세월의 흐름에 따라 변화를 했다. 예전에는 시대를 반영하듯 '영양 보름달'이란 이름으로 60그램에 150원이었지만 지금은 '700 보름달'로 새로 탄생되었고 중량도 90그램으로 30그램이 늘어 풍성해졌고, 물가를 반영하듯 가격도 700원이 되어 예전보다 4배 이상 올랐다.
그리고 '초코 보름달'도 있어 종류도 다양해진 것 같다. 하지만 보름달 빵 맛은 기억 속에 남아있는 예전의 맛과 같지 않았다. 아마도 세월 따라 나의 입맛도 따라 변한 것은 아닐는지.., 그러나 보름달 빵 하나로 허기진 배를 채울 만큼 풍성함은 그대로였다. 마치 두둥실 둥근 보름달처럼...,
풍성한 가을밤 두둥실 둥근 보름달 빵과 우유를 곁들여 가족이 추억을 곱씹는 시간을 가져보는 것은 또 하나의 아름다운 삶의 추억을 담는 일이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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