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판문화 수준향상을 위한 몸부림
간판문화! 최근의 화두다. 보여주기를 원하는 간판과 보고 싶지 않은 간판을 보지 않아야 할 시민의 권리가 충돌되기 때문에 등장한 이슈다. 간판이 도시경관을 이루는 중요한 요소로 인식되고 있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한마디로 오늘날의 간판은 ‘문화’라고 불릴 정도가 못된다. 여러 가지 원인이 있겠지만 첫 번째로 법령미비가 그 주요원인이다. 도시와 건축물을 배려하지 않는 간판 정책이 문제다. 1업소 당 3개의 간판, 그것도 판류형을 허용함으로 수십 개의 판류형 간판이 온통 외벽을 도배질하고 있다. 여기다 불법 간판까지 합치면 꼴불견이다.
간판부착 절차가 허가·신고·신고배제분으로 구분되는데, 어느 것이 허가·신고를 받은 것이고, 어느 것이 신고배제 간판인지, 위법한 간판인지 알 수가 없다는 점이다. 점포주나 제작자, 시민들은 물론이고 담당공무원마저도 현장에서 구별할 수 없다면 이는 잘못되어도 한참 잘못된 법이 아닐 수 없다.
둘째, 점포주들은 어떤 간판이 좋은 간판인지를 알지 못한다는 점이다. 크고 화려하고 자극적이면 좋은 줄 안다. 좋은 간판을 본적이 없기 때문이다. 매년 좋은 간판을 선정해서 시상하지만 언론홍보가 제대로 되지 않는다. 또한 가격경쟁으로 간판제작을 하기 때문에 전문 디자이너를 고용할 수가 없는 실정이다. 대다수가 그렇고, 심지어는 핸드폰만 있으면 제작이 가능한 실정이다.
어떻게 하면 오늘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것인가?
첫째, 법령을 전면 개편해야 한다. 찔끔찔끔 고쳐서는 그 나물에 그 밥이다. 이왕 고칠 바엔 대폭적인 수술이 필요하다. 누구나 알기 쉽게 만들어야 한다. 설치절차를 하나로 통일하고, 기준도 가급적이면 단순화 시켜야 한다. 안전과 하자보수, 수준향상을 위한 실명제를 도입해야 한다. 지역적인 특성이 다름에도 전국을 하나의 기준으로 운영하는 것은 문제다. 시·도의 조례로 대폭 위임해야 한다. 또한 불법간판에 대한 단속과 처벌이 사실상 가능하도록 해야 한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도시경관과 환경을 고려한 간판이 되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다음은 간판의 수준향상이나 시민의식 제고 등을 위한 행정제도의 개선과 시민단체의 활동이 필요하다. 서울시는 이를 위해 2005년엔 간판디자인 제작매뉴얼을 만들고, 제작자를 대상으로 한 디자인학교도 개설할 예정이다. 그리고 학생과 일반인이 참여하는 창작 공모전을 개최하고, 설치된 좋은 간판을 선정해서 시상도 할 것이다. 또한 서울시 의회와 함께 간판문화 향상을 위한 세미나도 계획하고 있다.
그 외에도 건축허가 시 간판부착 위치를 건축설계에 반영하도록 했고, 지구단위계획구역과 뉴타운사업구역은 구역전체를 대상으로 간판계획을 수립해야 한다. 그리고 4차선 이상 도로변을 특정구역으로 지정, 1업소에 2개의 간판만 부착하되, 3층 이하에만 부착할 수 있으며, 2층과 3층에는 문자형으로만 제작 설치하도록 기준을 강화했다.
서울시는 종로 변에 면한 2,000개 간판을 정비하기 위해 점포당 500만의 비용지원을 하고 있다. 서울시에서 선정한 전문디자이너의 디자인안대로 서리하고 있는데, 일부에선 획일화를 염려하기도 한다. 파나플렉스를 배제하고, 판류형을 배제하는 등 상당한 실험을 하고 있다. 종전의 무질서와 몰개성적인 거리가 잘 정돈되고 있으며, 한층 업그레이드 된 모습이다.
이 바람에 부산을 비롯하여 다른 지역에서도 유사한 사업을 추진 중에 있다. 이는 매우 바람직한 일이다. 이 사업을 통해 좋은 간판의 모습을 일반 시민들에게 확실하게 보여줄 수 있다는 점이다. 종로 업그레이드 프로젝트의 상당한 의미라고 생각한다.
이러한 몸부림은 완성이 아니라 시작일 뿐이다. 일회성의 캠페인이 되어서는 안 된다. 학계, 제작업계, 제조업계, 시민단체, 공무원은 각자의 자리에서 제 몫을 다해야 한다. 누가 무엇을 해 주기를 바라만 본다면 아무 희망이 없다. 주사위는 던져졌다. 앞으로 갈 일만 남았다고 본다.
(SP투데이 2005.2.2 제71호)
자료제공-[윤혁경의 건축법 해설]
http://www.archilaw.org
댓글 영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