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년 “Hate Something~ Change Something~” 날개달린 엔진이 노래를 부르며 배기가스를 내뿜고 날아가면 아름다운 동산의 동식물들이 괴로워한다. 매연이 없는 새 엔진이 날아오자 동산의 생명들이 다시 살아나 노래를 한다. “싫다구요? 바꾸자구요~” 귀여운 캐릭터들의 춤을 따라 남저음의 경쾌한 보컬이 흥얼거리면 객석은 절로 따라 박자를 맞추게 된다.(자동차 광고) 변기, 햄버거, 택시, 음료수, 세탁기, 통닭, 커피, 콘돔, 호텔의 공통점은? 프랑스의 휴대폰 ‘사젬’의 광고를 보면 기발한 답이 나온다. 파리에 사는 한 사내가 온 동네를 돌아다니며 카메라폰으로 사진을 찍는다. 위에 언급한 것들이다. 화면이 바뀌자 일본어 간판이 즐비한 도쿄의 거리 모습이다. 사내는 다급한 표정으로 지나가는 사람한테 카메라폰으로 찍은 변기를 보여준다. 화장실이 어디있냐고 묻는 것이다. 일본어를 모르는 프랑스 관광객의 재치를 통해 카메라폰의 기능을 강조한 광고다. 혼신의 힘을 다한 30초의 예술 혹은 한 줄의 카피. 무릎을 치게 되는 기발한 상상력과 탄성이 절로 나오는 비주얼. 칸(Cannes)의 객석에선 아는 만큼 더 웃는 유머의 향연이 펼쳐진다. 우주를 집약해서 머리카락 한 올로 매다는 정신이랄까? 창의력의 올림픽으로 불리는 칸 국제광고제 수상작품들이 마침내 한국을 찾아왔다. 지난 6월 남프랑스 휴양지 칸에서 열린 제52회 칸 국제광고제에는 전세계에서 내로라하는 CF작품들이 21,248편 출품돼 크리에이티브의 향연을 펼쳤다. 예심과 본선을 거쳐 선정된 그랑프리와 금사자상 ,은사자상, 동사자상 등 수상작 150여편이 오는10월21일 서울 시네큐브 극장에서 첫 선을 보인다. 러닝타임 약 105분. 번역된 자막을 곁들여 150여편을 연속 상영한다. 특히 올해엔 인쇄와 옥외광고 부문 수상작품200여편도 함께 전시돼 전세계에서 쏟아져 나온 기발한 광고 작품들을 한자리에서 만날 수 있게 됐다. 올해로 52회를 맞은 칸 국제광고제는 해마다 6월 셋째주 전세계 광고인들이 남프랑스의 세계적인 휴양지 칸에 모여 수만 점의 각종 광고 작품을 출품하고 경연하는 광고의 올림픽이다. 필름, 인쇄와 옥외, 사이버, 미디어(매체 기획), DM, 라디오, 티타늄(종합 기획) 부문 등 7개부문으로 나뉘어 있으며 출품작의 약 0.2%~1%가 수상의 영예를 안는다. 올해엔 한국에서 안해익(제일기획 국장)씨가 심사위원(인쇄부문)중의 한명으로 참가했다. | |
주요작품소개 <필름부분> 필름 부문 대상(그랑프리)을 받은 작품은 광고대행사 위든&케네디 런던의 '혼다 자동차' 광고. 매연이 적은 친환경 디젤엔진임을 재미있는 애니메이션과 경쾌한 음악으로 표현한 작품이다. 그랑프리에 더해 기자단 인기상과 종합 기획상인 티타늄상마저 휩쓸어 올해 최대의 화제작으로 부상했다. 들판 위로 시끄럽고 매연이 심한 엔진이 날아다니는데 이 엔진이 사라지고 새로운 엔진이 등장하자 동물들이 환호하는 내용이다. 반복되는 ‘hate something, change something’의 후렴구가 흥을 돋우고 친근한 애니메이션의 터치가 즐거움을 더하는 광고다. 노래와 애니메이션을 따라 동심이 되어 휘파람과 주제음을 저절로 따라부르게 만들만큼 흡인력과 친화력이 뛰어난 수작이다. (사진1) 금상을 수상한 태국의 ‘포드 트럭’ 광고는 어린 새끼 킹콩이 트럭을 장난감으로 바위에 부딪히고 노는 것을 통해 트럭의 견고함을 강조하고 있다. 운전자가 길가에서 실례를 하고 있는 사이에 새끼 킹콩이 트럭을 집어가 장난감 자동차 놀이를 한다. 붕붕거리며 자동차로 바위를 치기도 하고 모래에 파묻기도 하지만 트럭은 끄떡없다. 아빠 킹콩과 새끼 킹콩의 의인화된 모습에 많은 사람들의 웃음을 자아내는 유머 광고다.(사진2) 다른 금상 수상작인 태국 에너지국의 ‘에너지절약 캠페인’은 3편의 시리즈물이다. 잘못된 운전습관이나 트렁크 과적재 등으로 연료 손실이 크다는 것을 역시 유머러스한 에피소드로 만들어 공감을 이끄는 작품이다.(사진3) 태국의 그 더위 속에서도 밍크코트를 차려 입은 부자집 마나님이 주유소에서 연비가 좋지않다고 투덜대자 화자가 나타나 트렁크를 열어보라고 한다. 사람들이 물건을 꺼내기 시작하자 핸드백에서 전봇대까지 황당한 잡동사니가 줄줄이 나온다. 태국은 2~3년전부터 칸광고제에서 잇달아 수상작을 내며 아시아의 크리에이티브 강국으로 급부상했다. 반면 90년대까지만 해도 칸의 단골 수상자였던 일본은 상대적으로 침체해있고 한국은 해마다 한 개 작품을 수상하는 선에 그치고 있다. 가장 관심을 그는 분야는 역시 자동차 광고. 폴크스바겐 SUV 투아렉 광고는 SUV의 장점을 강조하고 있다. 배경은 어느 초등학교. 학교엔 주인공 어린이 한 명 외엔 아무도 없다. 심심해진 어린이가 뒹굴뒹굴 거리다가 하교를 한다. 밖에 나가보니 눈이 수북히 쌓여있고 투아렉을 탄 엄마가 아이를 기다리고 있다. 눈이 너무 많이 와서 투아렉을 타고 온 어린이 말고는 아무도 등교를 하지 못한 것이다.(사진4) 메르세데스 벤츠는 엔진 음향소리를 환상적인 소리 주파수의 움직임으로 표현했다. 토요타 광고도 재치있다. 호숫길을 달리던 남자가 호숫가에 세워진 토요타를 보고 가까이 가는데 갑자기 호수에서 괴물이 나타나 남자를 집어삼킨다. 잠시후 괴물은 쓰러진 자동차를 다시 세워 놓는다. 자동차는 괴물이 사람 낚시를 위해 세워놓은 정교한 옥 외 광고판이었다.(사진6) 어느 일본 청년 주변에 이상한 일이 벌어진다. 예쁘게 생긴 여자들은 모두 끔찍하게도 남저음의 허스키한 소리를 내는 것이다. 강의실에서 마주친 예쁜 여학생도, 거리에 지나가는 예쁜 여자들도 목소리는 너무 무섭다. 여자 합창단의 노래는 아예 괴물의 소리가 난다. 너무나 기겁한 청년은 우연히 만난 못생긴 여인과 잠자리를 하게 된다. 다음날 아침 그 여인이 왜 저같이 못생긴 여자를 사랑하게 됐느냐고 묻는다. 청년은 다른 여자들과 달리 당신만 목소리가 정상이라서 그랬다고 대답한다. 그러자 그 여자는 이렇게 말한다. ”아마도 난 어제 거기에 안갔기 때문일거예요.” 이어지는 장면엔 ‘아지노모토 스타디움’ 여자들이 모두 악을 쓰고 축구경기 응원을 하고 있다. 일본의 스타디움 광고다.(사진 7) |
댓글 영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