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fe Essay/Commentary on Issue

한글, 우리나라 글 맞는 걸까?

김현욱 a.k.a. 마루 2008. 10. 9. 10:12

아름다운 한글 창제를 기리는 562돌 한글날을 맞이했다. 한 나라의 언어이자 그 우수성을 세계에서 인정받은 우리의 한글. 지난 해 561돌 한글날을 맞이하여 "한글날이 왜 공휴일이 되어야 하는가?"글을 통해서 한글날이 국가 공휴일로 지정되어야 하는 필요성을 시사하기도 했었다.

그러나 정작 정부는 이러한 의미깊은 한글날을 국가 공휴일을 지정하려는 움직임은 전혀 보이지 않고 있고, 또한 모든 국민들이 한글의 우수성을 고취시키고 한글 문화 향상을 위한 노력도 미약하기만 하다.

옛 선조들이 나랏글이 없어 서러움을 받을 백성과 후손들을 위해서 세계의 문화유산으로 인정받을 만큼 우수한 나랏글인 아름다운 한글을 창제해 물려 주었으나, 그 소중한 문화유산을 널리 기리고 육성하지 못하고 오히려 외국어 보급과 육성에 국민의 혈세를 투입하고 있으니 선조들께 후손으로 송구스럽고 부끄러울 마음이 앞선다.

어제 오후에 발행된 경향신문 보도자료 "영어엔 1861억, 한글엔 119억… 예산 24배 차이" 란 기사를 읽으면서 그 실망감이 너무 커 어이상실할 지경이었다. 영어 교육 사업에 눈 먼 대한민국 정부를 향하여 자국어인 한글의 가치와 한글이 어느 나라 글인지? 를 되묻고 싶은 심정이다.

물론 글로벌 경쟁력 향상을 위한 영어교육에 힘쓰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하지만, 자국어인 한글도 제대로 모르면서 외국어인 영어만 잘하면 글로벌 경쟁력은 절로 강화되는 것은 분명 아니라고 생각한다. 또한 영어를 못해서 지금까지 대한민국이 글로벌 경쟁력이 떨어졌다고도 생각되진 않는다.

국민의 세금으로 조성된 예산을 지자체들은 앞다투어 영어마을 건립과 원어민교사 지원에 쏟아 붓고 있다. 더군다나 16개 광역지자체 중5개 지자체는 아예 한글 사업에 땡전 한 푼 예산을 배정하지 않고 있어 주객이 전도된 정부의 정책일로를 바라보는 국민들의 반감을 사기에 충분하고, 외국인의 눈에는 이런 정부의 정책이 이해되지 않는 되지 않는 나라로 비춰지진 않을까? 적지 않은 우려감도 앞선다.

그렇다면 562돌 한글날을 맞아 국내 포털들과 미디어, 그리고 민간단체들이 앞다투어 대대적 한글날 관련 행사로 분주했음에도 불구하고 정부 부처의 인터넷 홈페이지는 어떤 모습일까?

한글날 청와대 홈페이지

먼저 청와대 홈페이지 모습이다. 한글날에 관련된 글이나 배너 하나 보이지 않는다. 너무 이른 시간에 찾아가서 그런지도 모르겠지만 이건 너무한 것 아닐까? 만약 세종대왕이 지금의 생존했다면 조선궁궐 홈페이지도 이랬을까? 아마도 한달 여 전부터 대대적인 반포기념 행사를 하지 않았을까? 싶다.

한글날 행정안전부 홈페이지

다음은 행정안전부의 홈페이지. 딸랑 순환되는 섹션에 집집마다 태극기를 계양하자는 배너 뿐이다. 정부가 국경일로 지정을 했다고는 하지만, 공휴일이 아닌 까닭이라 그다지 와닿지 않는 느낌이 클 것 같기도...

한글날 문화체육관광부 홈페이지

그 다음으로 기대를 갖고 찾아 본 곳이 문화체육관광부 홈페이지. 이 곳 마져 횡했으면 아마 눈물이 날 뻔 했다. 그래도 한글날을 기념하는 행사 안내로 구색을 갖추고 있었다. 재미있었던 것은 좌측하단의 섹션 배너를 눌렀을 때 미리미리 홍보해야 할 한글날 행사이벤트 페이지임에도 불구하고 8일 까지는 404에러 페이지를 보였다가 10월 9일 0시를 기점으로 오픈되는 한글날 사이트 해프닝을 볼 수 있었다.

최근들어 아름다운 한글을 우수성을 전 세계로 알리고자 노력이 민간을 중심으로 활발해 지고 있고, 한글 문화를 발전시키기 위한 캠페인도 진행되고 있어 희망적이기도 하지만, 정작 앞장서서 자국어인 한국어를 우수성과 소중함을 국민들에게 알려야 할 정부의 미미한 노력과 한글을 경외 시 하는 정책들을 보며 562돌을 맞은 한글날 아침이 무색하기만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