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fe Essay/Commentary on Issue

알바, 억울하고 화나는 경험 입장바꿔 생각하면?

김현욱 a.k.a. 마루 2008. 2. 13. 16:55

오늘 날 우리들 중 누구나 한번쯤 알바(아르바이트)를 경험해 보지 않은 사람은 거의 없을것이란 생각을 한다. 혹 부유한 집안의 귀한 자제로 태어나서 물 한방울 손에 묻히지 않고 지금까지 귀공자의 삶을 살아오고 있는 이도 더러 있기도 하겠지만 말이다.

최근 아르바이트 관련 사이트를 통해 아르바이트 중 '억울하고 고마운 일을 묻는 설문조사'를 진행했는데 그 결과를 보니 정(情)이 말라버린 우리사회의 단면을 보는 것 같아 무겁고 씁쓸한 마음을 감출 길이 없었다.

단 한번만이라도 서로의 입장을 바꿔놓고 생각했더라면 과연 저런 결과가 나왔을까? 싶기도 하다. 비록 노동을 제공하고 임금을 받는 주종관계라고는 하나 그 이전 인간이란 동등한 인격체란 시각으로 바라본다면 그들이 남이 아니라 나의 가족이고 형제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알바생 82%가 공감하는 억울하고 화나는 경험의 1순위로 나타난 '임금체불'.
고임금도 아니고 시간당 몇천원에 못미치는 박한 노동댓가로 정직원에 버금가는 노동력을 제공함에도 불구하고 제때 임금을 주지않는 것은 고용주의 의식이 걸러 먹었다는 생각이고 그러한 처우를 도무지 이해하기 어렵지만 현실적인 결과로 드러나고 있으니 깝깝한 마음이 앞설 뿐이다.

지금껏 나 자신도 사업을 해 오면서 사정이 여의치못해 몇 일 임금을 늦게 준 적도 있었다. 하지만 늦은 만큼 미안한 마음에 조금 더해 주었고 직원보다 더 많은 신경을 쓰며 한가족 같은 회사분위기를 이끌어 왔었다. 그것은 직원은 오랫동안 함께 할 사람들이라 작은 섭섭함도 이해할 수 있지만 알바는 잠시 적을 두며 기약없는 인연을 맺어가는 관계이기 때문이였다.

돈을 가지고 생존권을 저울질 하지 말아야. ...

통계 결과를 보면 나이가 많을수록 소극적 대처경향이 강하게 드러나고 있다. 이것은 당장 일을 그만 둔다고 해도 연령대가 낮을 수록 의존할 수 있는 부모나 가족들의 도움을 받을 수 있어 위기감이 덜하지만 연령대가 높은 경우 자신의 곧 가족의 생존과 직결되어 '목구멍이 포도청'이란 큰 위기감으로 돌아오기에 소극적으로 대처할 수밖에 없는 기본 생존권과 밀접한 관계가 있기 때문은 아닐까?

그리고 알바를 하면서 고마움을 느낀다는 결과를 보면 아주 작은것에 감사한다.
따뜻한 말 한마디에 고마움과 감사함을 느낀다는 것을 쉽게 엿볼 수 있다. 하지만 우리는 왜 이렇게 칭찬과 격려에 인색한 것일까? 돈이 드는 것도 아니고 물질적 손실이 따르는 것도 아닌것에 스크루지 성향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마음에 우러난 따뜻한 말 한마디를 겉으로 표현하는 것에 우리는 너무나 무거운 짐을 얹어놓은 것 처럼 인색함을 보이고 있다는 것이 더불어 깊은 성찰과 사색을 하게 만든다.

아름다운 세상을 만드는 일에 금전적인 요소와 물질적인 요소가 차지하는 비중보다 마음과 마음으로 전해지는 인간미 넘치는 배려와 감사의 비중이 더 크다는 사실을 알아야 하는 것이다.

우리들은 젊은 시절에 이미 같은 길을 걸어왔음에도 불구하고 망각의 시간을 거치면서 어리석고 바보스런 전처를 그대로 다시 밟고 있는 까닭이다. 서로를 깊은 신뢰감을 바탕으로 믿고 관계를 유지할 때 좀 더 밝고 아름다운 세상을 열어 갈 수 있는 것이며 그 신뢰는 곧 아르바이트로 자립의 기반을 다지는 그들에게 큰 밑거름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억울하고 고마운 일을 묻는 설문 통계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