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겨울은 날씨가 유난히도 변덕스러웠다. 예상치 못했던 많은 눈이 내리기도 했고 을씨년스런 추위도 감내해야 했다.
따뜻한 봄날이 문턱을 넘어서자 시샘하듯 오늘도 때 아닌 장대비로 대지를 흠뻑 적셔놓고, 함께 데려온 강풍으로 앞마당에 홀로 선 상록수 가지를 정신없이 흔들어 댄다.
갓 뽑은 따뜻한 커피 한 잔을 음미하며, 만물에 생명이 있고 저 녀석들도 대화를 할 수 있다면 오늘 같은 달콤한 휴식에 무슨 이야길 나눌까? 문뜩 엉뚱스런 상상에 젖어본다.
아우인 싱싱이가 형인 두발이에게 간만의 달콤한 휴식이 벅찬 듯 말한다.
"형아! 비가 오니 이렇게 단둘이 함께 있을 수 있어 너무 좋다. 그치?"
곁에서 빗줄기 사이로 지난 시절 화려한 질주를 되새기며 단꿈에 젖어있던 두발이가 옅은 미소를 지으며 이렇게 답한다.
"싱싱아! 그렇게 좋으냐? 나도 좋다."
하지만, 이렇게 달콤한 휴식도 그렇게 길지는 않을 거야. 곧 새싹이 돋아나는 화창하고 따스한 봄날이 오면 너와 나는 온 동네를 열심히 달려야 하거던.
그러니 지금 이 짧고 달콤한 휴식을 맘껏 즐겨 보렴."
늦겨울 단비를 피하며 아담한 차고에서 달콤한 휴식을 취하고 있는 녀석들의 모습이 참 애정스러워 절로 입가에 미소가 지어진다.
커피 향의 여운이 가시지 않은 차 잔을 내려 놓으며, 싱싱이와 두발이에게 나즈막히 독백을 날린다.
"햇살 좋은 날이면 너희 둘을 두 발 삼아 온 동네를 씽씽 누비고 다닐 꼬마대장이 지금은 컴퓨터 게임에 빠져서 정신이 없단다. ^^ 짧지만 마음껏 비오는 날의 휴식을 즐겨보렴......,
봄날이 오면 아빠가 느슨해진 볼트도 조여주고, 녹슨 곳도 깨끗하게 닦아 기름칠도 듬뿍 해줄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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