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리문화로 자리매김하는 일본의 다양한 자판기
지난 해 겨울, 필자는 일본으로 한일 공공디자인 비교 체험 투어를 다녀왔다. 도쿄 시내 곳곳을 거닐며 가장 인상 깊게 본 것은 한국과는 달리 다양한 물건을 구입할 수 있는 자판기였다. 그야말로 자판기의 천국, 자판기 박물관이라 부를 만 했다.
거리문화로 진화하는 일본의 다양한 자판기
먹거리와 기호품은 기본. 책, 속옷, 패스트푸드까지
자판기로 판매 기능한 모든 것을 파는 자판기 천국 일본. 한국에서도 흔히 볼 수 있는 커피. 담배 자판기를 비롯해 일본에서는 문고판 책, 여성 속옷과 같은 상품들도 자판기에서 쉽게 찾을 수 있다. 습하고 비가 자주 내리는 일본의 기후 특성상 지하철에서는 우산 자판기를 볼 수 있고, 담배, 음료, 컵라면 자판기들은 거리 곳곳에 즐비하다.
흡연자를 위한 전용공간 Smoking Store 'SMOKERS' STYLE'
담배는 20세 이상 성인 ID가 있어야 구입이 가능하게 해 미성년을 위한 보호시스템을 잘 갖춘 것인 인상적이었지만 여행자들이 이용하는 데는 불편함이 있었고, 성인잡지 자판기의 경우는 가판대에서 음성적으로 판매되는 한국과는 달리 공개적으로 판매되지만 성 문화에 다소 개방적인 일본에서는 별다른 제약을 두지 않고 있어 성에 대한 호기심 강한 청소년들이 밤에 몰래 구입하기도 한다고 한다.
일본의 무인 주차시스템과 무인 자전거 보관소
일본이 자판기 문화가 발달된 이유는 뭘까?
일본을 다녀온 여행자 중 더러는 일본이 자판기가 많은 이유를 나라 이름부터 ‘자판(JA PAN)’이여서 그렇다고 유머러스하게 비유하기도 하는데, 진짜 이유는 아무래도 일본의 사회 환경과 생활패턴으로 해석할 수 있을 것 같다. 무엇보다도 일본은 인건비가 너무 비싸기 때문에 일일이 점원을 두고 매장을 운영하는 것은 수지타산이 맞지 않다.
그리고 편의점을 제외한 일반 상점들은 저녁 8시가 넘어가면 일찍 문을 닫아 거리가 어두워지는데, 자판기 불빛은 거리의 조명 역할을 하기도 한다. 또한 밤늦게 급하게 필요한 것을 구입하려는 사람들을 위한 배려차원 이기도 하다.
사회 환경과 생활패턴으로 인해 생활 속 깊이 자리하고 있는 일본의 자판기는 일본을 찾는 외국인에게 색다른 경험을 선사하기에 부족함이 없어 보였다. 일본의 자판기는 이제 그룹화되어 자판기만 따로 모아놓은 전용공간이 생겨나고 있다. 그곳은 다양한 사람들이 인연을 만들어가는 쉼터가 될 정도로 하나의 거리문화를 이루는 중요 요소로써 진화하고 있다.
이 글은 SK텔레콤의 감성 트렌드 매거진 SKT Tissue 2009년 11월호에 기고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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