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 오랫만에 아내와 단 둘이 길을 나선 셈이다.
그것도 시내가 아닌 겨울바다가 설렘을 부르는 해운대로 향하는 것은 부산에 살고 있지만 그다지 잦은 일은 아닌 까닭이다.
겨울비 내리는 해운대
몇일 전 선물받은 청바지 치수가 커 로데오아울렛이 있는 해운대로 가는 길에 말 벗삼아 동행했지만 아내는 소녀처럼 오랫만의 함께하는 남편과의 오붓한 드라이브에 기분이 좋은 모양이었다.
갑자기 길을 나설 때 보다 굵어진 차창 밖 빗줄기를 본 아내가 뿔났다.
하필이면 "가는 날이 장날이야?, 오후에는 비가 그친다고 하더니.."
그동안 아이들 키우느라 마음 편히 오붓하게 남편과 데이트를 가지지 못했던 아내는 오랫만에 함께하는 소중한 기회를 겨울비 때문에 망친 것 같아 연신 아쉬움을 토했다.
참으로 무심한 사람, 그 주인공은 다름아닌 바로 나였다.
사는게 뭔지? 늘 바깥일에만 열정을 쏟을 줄 알았지 정작 내 곁에 변함없이 존재하는 소중한 사람들의 마음을 헤아리진 못했던 것이다.
결혼 14년, 부산에 적지않은 세월을 살아건만 아내는 청사포가 어딘지 모른다. 하기야 나도 발길을 옮긴 건 비지니스 때문에 두 서너번이 전부인 곳이다. 아내가 그 곳에 가고 싶다고 조른다. 멀지 않은 그 곳으로 겨울비 내리는 청사포의 풍경을 아내에게 선물하고 싶어 핸들을 꺽었다.
청사포와 달맞이 길
청사포 풍경
청사포 등대
이렇게 겨울비 내리는 청사포의 추억은 아내를 뿔나게 했지만 남편은 철들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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