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apter4. 상징과 접근방식의 유형
상징에는 언어, 수학, 과학 그리고 그래픽 등 다양한 유형이 있다. 우리는 일상 생활에서 많은 상징과 마주치고 있다. 나치 독일의 십자장(그림4-1) 같은 심벌은 즉각적으로 감정적 반응을 유발한다. 만(卍)자(swastika)는 유사 이전부터 있었으며 문화적 경계를 넘으면서 그 의미와 이름, 모양이 수없이 변해 왔다. <만>자가 어디서 발생했는지는 아무도 모르지만, 3,000년전의 크레타 왕국의 동전에서, 미국 인디언 부족인 나바호 족의 공예품 또 콜롬부스 발견 이전의 도자기에서도 발견되고 있다. <만>자를 의미하는 산스크리트어 ‘swastika’는 <하나를 위한 전체>를 의미하며, 다산과 강인함을 함축하는 말이다. 이 엠블렘은 움직임을 상징하는 것으로, 태양 광선과 사방으로 부는 바람을 나타내는 것이었다. 자연물과 온화함을 의미하던 이 상징은, 나치가 이것을 자신들의 중심 상징물로 이용하기 시작하면서 ‘두개골 속의 교차하는 뼈’의 의미로 변질되었다. 상징의 힘은 잠재 의식 속의 효과로 나타난다. 상징은 긍정적인 연상과 부정적인 연상, 양면을 가질 수 있고, 이 연상이 잠재 의식의 깊은 곳에서 작용한다. 지그문트 프로이트(Sigmund Freud)와 칼 구스타프 융(Carl Gustav Jung) 두 사람은 상징이 갈등의 해결과 이해의 열쇠가 될 수 있다고 믿었다. 이것은 개인적 문제뿐만 아니라 기업의 문제에도 똑같이 적용된다.
시장에서 효과적인 툴이 되는 상징이 있는가 하면 이득보다는 해를 끼치는 것도 있다(그림4-2).
Procter & Gamble은 회사 심벌인 ‘달 속의 사람’이 악마 숭배와 관련이 있다는 소문을 잠재우느라 애를 먹어야 했다. 그들은 소문의 근원지를 추적하는 한편 103년 된 이 상징마크와 관련된 질문에 대답하는 수신자 부담 전화를 설치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 거대한 기업도 결국 치약에서 피넛버터에 이르는 모든 상품에서 그 상표를 조금씩 없애기로 결정할 수밖에 없었다. 그 상징은 분명 방해물이었고, 더 이상 회사의 자산이 아니었다. 이 이야기는 상징의 심리적인 힘을 잘 보여 주는 예이다. 상품, 서비스, 회사가 바람직한 연상을 일으키는 상징을 가지고 있다면, 이는 회사에 틀림없이 이득을 가져다 준다. 보는 즉시 특정한 방식으로 해석되는 상징도 있다. 이를 상징적 은유 또는 전형이라고 말한다. 예를 들어, 번개는 신속한 배달, 전류 또는 상급자로부터의 메시지를 상징할 수 있다. 별은 품질의 우수성과 차별성의 상징일 수 있고, 반면 신체적 아픔을 의미할 수도 있다.
디자이너는 자신이 만들어내는 형상이 어떤 연상을 일으킬지 반드시 고려해 보아야 한다. 새 한 마리의 그림도 여러 가지 의미를 전달할 수 있다. 만약 새가 작은 비둘기처럼 보인다면 그 그림은 평화, 순수함 또는 섬세함을 상징하게 될 것이다. 반면 굵은 선으로 그린 큰 비둘기는 더러움, 난잡스러움 그리고 평범함 등 전혀 다른 연상 작용을 일으킨다. 또 부리가 아래로 내려가면 독수리를 닮게 된다. 독수리는 미국의 국조라는 점 외에 공격성, 정의 그리고 용기를 연상시킨다(그림4-3).
베트남 전쟁이 한창이던 1960년대 은행들이 파산 지경에 이르고 있었다. 그때 뱅크 오브 아케리카(Bank of America)는 심벌 속에 들어 있는 새를 비둘기로 묘사하는 캠페인을 펼쳤다(그림 4-4). 1980년대에 들어서면서는 규제 완화와 함께 고객 확보를 위한 치열한 경쟁이 나타났다. 뱅크 오브 아메리카는 60년대의 비둘기를 80년대의 독수리로 대체했다. 적절한 이미지를 통해 달라진 마케팅 자세를 전달한 것이다. 이 은행의 마케팅 서비스 담당 부총재인 탈스 스튜어트는 이렇게 말했다. “우리는 리더십을 나타내기 위해 로고에 독수리를 넣었다. 그것은 우리 은행이 시장에서 좀 더 공격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는 점을 의미한다." 어떤 회사와 접촉할 때 사람들은 대개 그 회사의 이름이나 상징에 대해 무의식적인 반응을 보인다. 이 반응은 곧 그 회사 및 그 회사의 서비스와 제품에 전이된다. 이 현상이 바로 <감정 전이 sensation transference>라고 하는 것이다. 상징이 하나의 객관적인 시각적 실체를 가지고 있다 하더라도 그것은 언제나 숨겨진 또는 부분적으로밖에 알 수 없는 의미를 함축하고 있다. 그리고 그 의미는 대표적이고 전형적인 근원을 가지고 있다. 일반적으로 남자들은 날카로운 모서리를 가지고 있는 기학학적 형태에 긍정적인 반응을 보인다고 한다. 반면 여자들은 부정적인 반응을 보일 수 있다. 둥글거나 타원형인 상징은 남자나 여자 모두에게 긍정적인 반응을 일으킨다. 이것은 원형과 곡선이 인간의 생명과 양육을 연상시키기 때문이다.
가.상징의 기본 범주 상징은 무한히 다양한 모양, 형상 그리고 컬러로 나타날 수 있다. 하나의 상징이라도 여러 가지 접근방식으로 구성되어 있는 경우가 있기 때문에 그 범주를 정하는 데는 어려움이 따른다. 상징은 활자(typographic), 추상(abstract), 묘사(descript) 또는 이 세 가지 유형의 조합일 수도 있다. 첫째, 타이포그래피에 의한 상징이 있다. 회사의 이름이나 이니셜을 독특하게 디자인한 ‘로고타입(logotype)’이 대표적인 예이다(그림4-5). 둘째, 추상적인 심벌이 있다. 추상적인 심벌은 단순화된 형태로 어떤 이미지를 나타낸다. 추상적인 상징이라 하더라도 그 의미를 쉽게 알 수 있는 때도 있다(그림4-6). 그러나 대부분의 경우 의미를 명확하게 제시하지 않으며, 대중은 그 심벌을 몇 차례 접한 다음에야 본래의 의미를 연상하게 된다. 따라서 추상적인 심벌을 대중에게 인식시키기까지는 큰 예산이 소요된다. 60년대에는 많은 기업이 추상적인 상징을 택했다. 그러나 지금의 시장은 그것보다 훨씬 앞서나가고 있다. 수없이 다양한 디자인이 존재하는 지금, 유일무이함 즉 절대적 독창성은 달성하기 힘든 목표가 되어 버렸다. 추상적인 심벌은 대개 큰 규모의 조직에 적합하다. 따라서 개인에 대한 서비스를 제공하고, 개인의 관심을 필요로 하는 회사에게는 추상적인 심벌이 부적절하다고 할 수 있다. 셋째, 묘사적 심벌이 있다. 이 유형의 심벌은 회사의 특정한 상품보다 그 조직의 특성, 성격을 의미하는 것이 훨씬 효과적이다. 상품이라는 것은 세월이 흐르면서 변할 수 있기 때문이다(그림4-7). 하나의 상품을 상징하려면 다른 상품들을 배제하게 되고, 여러 개의 제품을 조합해서 만족할 만한 시각 이미지를 끌어내기는 힘들다 조직의 상품보다 그 조직의 특성을 나타내는 상징이 훨씬 더 가치있다.
나. 어떤 심벌이 가장 좋은가? 어떤 심벌이 성공할 것인가를 예측하는 공식은 존재하지 않는다. 또 디자이너와 기업체가 선택 과정에서 서로 생각이 다를 수도 있다. 디자이너는 대담하고 혁신적인 것을 선호하고, 기업은 보수적인 디자인을 선택하는 경향이 있다. 이 때 ‘목표시장에 대해, 회사의 목표를 제대로 전달할 수 있는가’의 여부가 가장 중요한 판단 근거여야 한다. 그것이 심벌의 유일하고도 가장 중요한 기능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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