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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글날이 왜 공휴일이 되어야 하는가?

Life Essay/Commentary on Issue

by 김현욱 a.k.a. 마루 2007. 10. 9. 05: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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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글날 국경일인데 학교가니?
내일이 국경일인 한글날이라 아이들에게 학교에 가지 않고 쉬는 날 이냐? 물었다가 바보 될 뻔 했습니다. 하지만 마냥 웃을 일만은 아니었습니다. 지금껏 살아오면서 한글날은 국경일이자 공휴일이고 방송에선 여지없이 기념식과 각종 백일장 소식들로 넘쳐났기에 그런 줄말 알았습니다.

나름 공휴일에 민감한 공무원이나 학생, 직장인도 아니라서 공휴일 꼬박꼬박 챙겨가며 사는 것도 아니고 자유직에 종사하는 탓에 이미 공휴일 개념을 잊고 산지는 오래된 터라 이런 우를 범하는 듯합니다.

아이들은 말했습니다. “한글날은 공휴일이 아니거든요 학교에 가야하는 날 이에요.” 거실 벽에 걸린 달력을 보니 정말 까만 색 날짜표시 평일이면서 국경일이었습니다.

10월 9일! 내일은 세종대왕께서 훈민정음(訓民正音)을 지어 반포한 날을 기리기 위하여 정한 국경일로 561돌을 맞이하는 한글날 입니다.

[훈민정음 서문]
나랏말싸미 듕귁에 달아 문짜와로 서르 사맛디 아니할쌔, 이런 전차로 어린 백성이 니르고저 홀빼 이셔도 마참내 제 뜨들 시러펴디 못할 노미 하니라. 내 이랄 위하야 어엿비 너겨 새로 스믈 여듧자랄 맹가노니 사람마다 해여 수비 니겨 날로 쑤메 편한키 하고져 할 따라미니라

위의 훈민정음 서문을 통해 훈민정음 창제반포의 의미를 되새겨 보면
"나라의 말이 중국과 서로 같지 아니하다. 이런 이유로 어리석은 백성이 이르고자 하는 바가 있어도 마침내 제 뜻을 실어 펴지 못하는 이가 많으니라. 내 이를 안타까이 여겨 새로 28자를 만드노니 사람마다 헤아려 쉽게 여겨 날로 사용하여 편한케 할 따름이니라"
라고 풀어볼 수 있습니다.

세종대왕이 훈민정음을 창제 반포하면서 한글에 담은 깊은 뜻을 오늘 날 우리는 얼마나 깊이 새겨듣고 기리고 있는 것일까요?
 
한글의 언어적 파괴의 주범인 비속어 사용 이제는 그만!
인터넷 공간과 미디어를 통해 비속어들이 범람하면서 아름답고 위대한 유산인 한글은 그 근간이 흔들리고 있다는 사실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님을 우리는 익히 알고 있는 까닭입니다. 각종 방송매체들이 이제는 나서서 한글의 언어적 파괴를 일삼고 있고, 유행어 트렌트를 따라야만 시청률 경쟁에서 생존할 수 있다는 가히 이해하기 힘든 논리에 집착하여 비속어 자막까지 내보이며 한글의 문화적 가치를 파괴하는 선두에 나서고 있는 현실 입니다.

이렇듯 한글을 오염시키고 파괴하는 주범 가운데 하나인 비속어 사용실태를 고발하는 노력은 사회 각층에서 붐이 일어나고 있으나 현실적으론 쉽사리 개선되어지지 않고 있다는 것에 씁쓸함을 감출 수 없습니다.

오늘 한글날에 즈음하여 나온 신문 기사를 보면 표언복 교수는 "비속어는 개인이나 사회의 교양과 문화수준을 낮고 천하게 만든다.""우리가 쓰는 언어는 개인의 인격을 반영하며 그 사회의 교양과 문화수준을 재는 잣대"라고 일컫고 있다. 아울러 "한글을 보호하고 사랑하는 동시에 우리 사회의 건전한 발전과 문화수준의 향상을 위해 비속어 사용을 최대한 자제해야 한다." 점을 강조했습니다. 결국, 무분별한 비속어 사용은 스스로 문화 수준을 낮추고 개인의 인격을 저해하는 요인이 된다는 이야기입니다.

한글날은 국경일이야? 기념일이야?
이제는 한글날이 언제인지를 물어보는 웃지 못 할 일들이 종종 벌어지고 있다. 그만큼 우리들이 기억 속에서 서서히 빛을 잃어가고 있다는 이야기일 것입니다. 한 국가의 문화적 정체성을 상징하는 말과 글을 창제.반포된 날을 기리는 한글날이 어떠한 국경일 보다 가치가 없는 날인지 수많은 누리 꾼에게 되묻고 싶습니다.

공휴일에서 제외된 국경일 한글날은 오늘에 이르러 예상치 못한 결과를 자아내고 있습니다.
한글날은 양력 10월 9일로 훈민정음 반포를 기념하고 한글의 연구, 보급을 장려하고 세종대왕의 높은 뜻과 업적을 기리고 한글의 제정을 경축하는 날로 대부분의 국민들은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1990년 정부는 어쭙잖은 경제논리 들먹이며 공휴일 줄이기 정책의 일환으로 공휴일에서 제외되었고 이후 단순한 국가기념일로 축소되어 그 의미를 후세들이 되살리지 못하고 있으며 소수의 사람들에 기념이 되는 석가탄신일, 성탄절보다도 국민 모두가 함께 되새겨야  할 한글날의 중요성을 무시해버린 정부의 정책은 한마디로 어리석은 까닭이고 아울러 한글날이 공휴일로 지정되어야 할 재고의 여지는 충분히 가지고 있다고 생각됩니다.
 
물론 한글날을 공휴일로 지정되거나 제외되는 것이 한글의 우수성과 가치를 높이 기리는 것에 무슨 상관관계를 둔다고 의문을 제기할 수도 있겠지만, 공휴일이 휴일의 의미로 봐서는 안 되는데 초점을 맞추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달력에 빨갛고 굵은 글씨로 새겨진 글자를 통해서 특별한 날임을 인식하게 되며, 그 날의 의미를 되새기게 만든다는 것입니다.

공공기관을 통해서 기념식이나 연대행사를 주관하더라도 공휴일이기에 가족단위 참여도를 높이게 되며, 애써 자녀들이나 후세에 한글날의 의미를 별도로 주입시키지 않아도 행사참여를 통해 스스로 되새기게 되어 한글날의 제정의미를 기리게 될 것이라는 생각입니다.

하지만 현재 공휴일이 아닌 한글날은 평소와 별반 다를 바 없어 오늘이 한글날인지도 알지 못하고 지나가 버리기 일쑤이고, 특히 한글날 백일장과 같은 뜻 깊은 행사들마저도 사라져 가고 있는 실정입니다.

우리나라 문화유산 중 가장 창의적이고 소중한 한글, 그러한 한글날의 소중한 의미를 되새기기 위해 한글날은 다시 공휴일로 제정되어야만 합니다. 그리고 글짓기 행사를 비롯한 다양한 행사의 개최, 한글의 우수성을 알리는 방송 프로그램 방영, 한글 사랑·한글 바로 알기 등의 다양한 캠페인을 벌여 한글날을 뜻 깊게 보내고 나아가 전 세계에 우리 한글의 우수성을 알릴 수 있도록 끊임없이 노력해야 할 것입니다.

세계적으로 그 독창성과 우수성을 널리 칭송받는 한글
한글이 글자 됨됨이 있어 세계 최고로 손꼽히며 지극히 철학적이며 과학적인 언어로 기여한 공헌의 흔적은 너무도 많습니다. 한글의 위대성은 유네스코는 1989년에 인류문맹 퇴치를 상징하는 '세종대왕상'을 제정했고, 탁월한 구성 원리로 익힘이 쉬워 한국을 세계에서 '문맹률이 가장 낮은 나라'로 만들었습니다.

또한 한글은 그 표현력에 있어서도 일본어나 중국어에 비해 무려 20배가 넘는 8800개의 소리 표현이 가능해 세계 언어 중에 단연 독보적인 존재로 손꼽히고 있으며 세계의 언어학자들 사이에는 “한글이 가장 독창적이고 효율적이며 합리적은 언어”라고 칭송하며, 세계 공통언어로 쓰였으면 좋겠다는 토론도 있었고 급기야 1997년 유네스코에서 '훈민정음'을 세계 기록 유산으로 지정 되었습니다. 이렇듯 자국민 보다 외국인들에 더 호평 받고 사랑받음을 엿볼 수 있습니다.

우리말 사랑은 ‘지킴이’ 되고 외래어 사용은 ‘헤살꾼’ 되어
우리말 살리는 겨레모임은 올해로 아홉 번째 '우리말 지킴이와 헤살꾼'을 뽑아 한글날에 맞추어 발표를 하고 있습니다.

'지킴이'란 말은 쉽게 알아듣는 분들이 많겠지만 '헤살꾼'이란 말은 저도 오늘에야 그 참 뜻을 알게 되었다. 여러분은 '헤살꾼'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알고 계십니까? 훼방꾼이란 한자말과 같은 뜻인 정감 있는 토박이 말이라고 합니다. 이렇듯 우리 토박이말들을 살려 쓸 때 우리말이 힘센 말이 된다고 합니다.

아홉 번째 우리말 지킴이에는 가족과 가게의 이름을 모두 우리말로 지은 '김텃골돌샘터'님, 과자이름 한글로 지어달라고 서명운동 펼친 전교생 30명뿐인 강원도 평창 시골 초등학생 8명, 2003년부터 아파트 브랜드를 '어울림'으로 이름 지어 부르는 금호건설이 선정되어 고객들로 부터 좋은 반응을 얻는 기업으로 꼽혔습니다. 하지만, 롯데캐슬아파트와 홈에버는 브랜드 이름을 외래어를 사용해  2007 우리말 헤살꾼으로 선정된 두 기업은 무거운 마음을 가누기 힘들 것 같습니다.

롯데건설은 2007년 최고의 명품브랜드 대상을 받았지만, 누리 집(홈페이지)등 까지 온통 영문자를 남발하고 있어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고, 홈에버 또한 지난해 9월 외국할인점을 인수하여 시작한 외래어 이름과 누리집의 영문자 메뉴들이 넘쳐나고 있어 외국인 상대하는 할인점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영어를 자랑하듯 늘어놓아 우리의 말글을 헤살하고 있다는 지적으로 헤살꾼에 올라 오명을 쓰고 말았습니다.
[관련참조 -아홉 번째 ”우리말 지킴이와 헤살꾼 선정”]

우리나라의 국경일과 공휴일들
※ 국경일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 2005.12.29 법률 7771호]
    1. 3·1절 3월 1일(공휴일)
    2. 제헌절 7월 17일(공휴일)
    3. 광복절 8월 15일(공휴일)
    4. 개천절 10월 3일(공휴일)
    5. 한글날 10월 9일(공휴일 아님)

※ 관공서의 공휴일에 관한 규정 [일부개정 2005.6.30 대통령령 18893호]
    1. 일요일
    2. 국경일 중 3·1절, 광복절 및 개천절
    3. 1월 1일
    4. 설날 전날, 설날, 설날 다음날 (음력 12월 말일, 1월 1일, 2일)
    5. 삭제 <2005.6.30>
    6. 석가탄신일 (음력 4월 8일)
    7. 5월 5일 (어린이날)
    8. 6월 6일 (현충일)
    9. 추석 전날, 추석, 추석 다음날 (음력 8월 14일, 15일, 16일)
   10. 12월 25일 (기독탄신일)
   11. 기타 정부에서 수시 지정하는 날

보시는것과 같이 5개의 국경일 중 한글날만 공휴일이 아닙니다. 한 나라의 문화적 정체성을 대변하는 말과 글의 창제와 반포를 기리는 뜻깊은 날이 관공서에서 정한 11개 항목의 공휴일 보다 못할 이유가 있다고 생각을 하십니까?

아름다운 우리 한글이 세계에서 으뜸 말과 글이 될 수 있도록 더욱 아끼고 사랑하는 노력을 게을리 하지 말아야 되지 않을까요? 한글날이 기념일에서 국경일 된 만큼 우리 모두가 하나 되어 소중히 여기며 쓰는 일에 앞장서야 할 것이며 다시 국경일이자 공휴일로 정해서 온 국민이 그 뜻을 깊이 되새길 수 있는 날이 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입니다.

이런 관점에서 비록 내일 하루만이라도 외계어, 외래어, 인터넷 비속어들을 자제하고 바르고 고운 우리 한글을 쓰는 것은 어떨까? 생각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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